성적표를 고쳤던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성적표

 초등학교 6학년쯤의 일이었다.

 

중간고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적표를 들고 집에 돌아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좀 더 사실대로 말한다면 엄마에게 혼이 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였던 것이다.

 

공부를 그렇게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성적표는 반갑지가 않았다.

어릴때 기억으로는 성적표를 받으면 부모님에게 확인 도장을 받아가야만 했는데, 아마 아이가 부모에게 성적표를 보여 주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랬던것 같다.

 

성적표 그대로를 보여주기에는 혼이 날 것 같지만 부모님의 도장은 필요하고, 그냥 가져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사면초가도 이런 사면초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한가지 꾀를 부리기로 생각하였다.

 

  성적표를 고치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세번은 쉽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성적표를 고쳤던 기억이 두세번 가량 되는데, 처음에 떨렸던 그 마음이 성적표로 인해 혼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나는 어리석고도 부끄러웠던 일을 행하였던 것이다.

 

성적표를 고치는 일은 지극히 간단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칼과 볼펜 한자루면 끝이다.

 

점수를 고치는 과정은 이렇다.

 

67점의 점수가 나왔다면 볼펜으로 6이라는 숫자를 8로 만들면 87점의 점수가 나온다.

하지만 70점의 점수는 볼펜 하나로 수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럴때 칼이 필요하다.

 

7과 같은 숫자를 8이나 9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칼로 튀어나온 부위를 긁어 내주면 된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완벽하다.

 

우리 엄마는 절대 알 수가 없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성적표가 왜 이러냐며 바로 알아보셨다.

 

참 이상하다.

 

우리 엄마는 알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아신걸까?

 

  몰랐다.

 

어느덧 나이를 먹어 부모님의 어께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 어께에 짊어진 무게를 바라 볼 때에 그동안 많이 힘드셨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오셨는지를 하나, 둘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서 알게 되었다.

 

모르셨던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게.. 사랑이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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